경제,금융

정말, 한국 이민자 노인은 가난한가?

GODblessus 2023. 4. 7. 11:10
뉴욕에서 세탁소를 하던 M씨는 최근 세탁소를 정리했다. 부루클린에서 20여년을 운영해 온 세탁소를 20여만 달러에 캐쉬를 받는 조건으로 시세보다 악간 싸게 처분했다. 이미 10여년 전에 집도 팔았으니 이제 가진 재산은 없다. 그가 세탁소를 정리한 것은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하려고 마음을 먹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에 재산을 없애고 빈곤자 혜택을 받기 위해서이다. 


집을 팔았을 때는 그 돈으로 아들과 공동명의로 새로운 집을 샀다. 아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자, 그의 지분을 점점 줄여나가고 있다. 또 이번에 가게를 처분해서 받은 돈도 숨겨놓고 쓰다가 남은 돈은 아들에게 물려줄 예정이다. 이제 재산도 소득도 없는 그는 법적으로 단 한푼의 세금을 낼 의무가 없어졌다. 


(사진: 미국에 단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은 사람들이 받는 기초연금 안내)




사실 이렇게까지 쑈를 하는 이유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함이 아니다. 상속세 면세한도가 거의 없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는 상속의 면세한도점이 453만 달러이다. 한국돈으로 약 50억이다. 사실 이 정도를 상속할 수 있는 미국인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위의 M씨 역시 재산을 다 합쳐도 겨우 1백만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상속세 면제액도 현저히 올리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상속세법에 따라 그의 사후 그 집과 돈은 한푼 세금없이 그의 아들 몫이 될 수 있다. 


그가 이렇게 쑈를 하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빈곤층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세금 포인트가 모자란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사회보장연금 (SSI)와 식량보조 프로그램를 신청할 것이고,월 500여 달러만 내면 아파트와 전기값, 가스값 등이 모두 해결되는 노인아파트를 신청할 예정이다. 전액 무료 의료 보험과 무료 약 제공, 그리고 나중에는 무료 양로원 등의 혜택도 있다. 특히 미국에서 소득을 줄여서 보고하는 바람에 국민연금이라야 별로 받을 것이 없는 자영업에 종사하던 이민자들은 빈민자 혜택을 받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런 혜택은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는 노인이라고 해도 지원자격이 없다.      


최근 비영리 단체 '도시 미래 센터'(Center for an urban future)가 19일 발표한 뉴욕시 노인생활 수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출생한 65세 이상의 한인 노인들 가운데 2015년 기준으로 연방 빈곤선 이하의 소득에 그치고 있는 비율이 29%에 달했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시안 민족 중에는 최고의 빈곤률이라는 소식이다. 전체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출신 국가별로 4등을 기록했다.항상 '학력과 소득이 높은 한인' 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한인들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소식이다.


한인 노인들의 빈곤율인 27%는 뉴욕시내 전체 이민자 노인들의 빈곤율 평균 22% 보다 7% 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가장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 이민자 커뮤니티는 가짜 서류로 유명한 러시아계로 빈곤율이 42%로 나타났으며, 그 뒤를 도미니카 공화국계 36%과 멕시코계 30% 등의 순이었다. 한인들이 항상 무시하는 푸에르토리코는 29%로 한인 노인 빈곤율과 동일했으며, 중국계 노인이 27%로 다음을 차지했다. 뉴욕시 전체 노인 이민자의 중간 연소득은 1만800달러로, 미국 출생의 노인 연소득 2만800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한인 노년층의 영어 미숙도 역시 뉴욕시 전체 이민자 커뮤니티 가운데 바닥에서 4번째를 기록했다. 한인 노년층의 영어 미숙도는 87%이다. 영어가 전혀 필요없는 멕시코계의 96%보다는 낮지만, 한인들이 무시하는 중국계의 91%와 도미니카 공화국계의 89%와는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전세계에서 이민자가 몰려드는 뉴욕에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뉴욕시 전체적으로 영어가 미숙한 노인 이민자 비율은 59%였고, 함께 살고 있는 14세 이상 가족 중 유창한 영어 구사자가 아예 없는 노인도 36%나 됐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현재는 뉴욕시내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 태생인 이민자들이지만, 2020년이 되면 뉴욕시 노인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한인 이민자 노인들의 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뒤늦게 이민을 와서 혜택의 금액이 적어지는 경우도 있고 자영업에 종사하던 이민자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아서 혜택이 적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끔은 위의 사람처럼 위의 경우와 같이 현찰로 소유하거나 한국이나 자식들에게 재산을 빼돌린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최근 미국정부가 해외재산에 대한 과세와 조사를 강화하자,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던 한국 이민자 노인들의 빈곤율이 아시안 가운데 최고라는 사실은 은근히 기분이 나쁘다. 물론 정말로 가난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많다. 한인사회도 빈곤노인 문제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변을 살펴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별 죄의식없이 저지르는 부정행위다. 일부 부정직한 사람들을 보면서 남은 한인 청년과 중년 세대는 이제부터라도 정직하게 세금를 보고하고 정직하게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