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일본수출규제대책 민ㆍ관ㆍ정 협의회에서 뼈있는 발언을 했다. 민간(경제계) 대표로 참석한 박 회장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고집하기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여권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오히려 소재ㆍ부품 산업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삼자고 하지만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 거다.
이날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맞서 이뤄진 명백한 경제보복이며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침략 행위”라며 “국가적 위기 앞에는 여야 구분이 없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소재부품산업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탈피하고 국산화를 앞당기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공개회의에서도 “(소재ㆍ부품 산업의) 원천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만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닌 것 같다.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 부품ㆍ소재 산업의 추격 스피드가 빨라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공개회의에서는 박 회장이 좀 더 구체적으로 ‘원천기술 구매론’을 제안했고 ‘구매론 vs. 개발론’을 둘러싼 토론이 이어졌다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박 회장의 의견대로 원천기술 구매론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의 감정적 대응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수출규제대책 특별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정진석 의원은 “아베 일본 총리는 역사문제를 경제문제로 확전시켰고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거론하며 안보문제로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제전쟁에 승자는 없다. 양국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라며 “이제 감정적 전쟁국면을 이성적 협상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민간부문의 수출규제 피해단체만 참여했는데 민간에 있는 대일 전문가, 외교 전문가를 모시는 게 마땅하다”며 “오히려 이 협의회가 지금 정부가 하는 반일감정 자극, 감정적 대응을 지지하고 강화하는 기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윤영일 민주평화당 정책위의장은 “구성원 모두가 국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면서도 “정치권이 친일 반일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ㆍ관ㆍ정 협의회는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의 청와대 회동의 결과물로 출범한 초당적 비상협력기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협의회 공동 회장을 맡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첫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번 기회에 대일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체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항구적 조치를 하기로 했다”며 “핵심 소재ㆍ부품ㆍ기술 개발에 매년 1조원 이상 지원하는 등 지원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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