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코 오이
- BBC News

사진 출처,GETTY IMAGES
지난 20세기 말 일본은 주요 경제국으로는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로 내렸다.
그리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여러 국가 또한 '0% 기준금리' 전략을 택했다.
그런데 대부분 국가가 다시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고 있는 와중에도 일본은행(BOJ)은 28일 또다시 기준금리를 0% 이하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는 엔화 가치 방어에 좋지 않다.
사실 오랫동안 일본 엔화는 시장의 위험이 커질 때 찾는 주요 피난처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피난처로서의 엔화의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올해만 해도 미국 달러 대비 가치가 5분의 1 이상 떨어지며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 이유는?
엔화 약세 현상은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연방기금금리를 0.25%에서 3.25%까지 공격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이렇듯 금리가 높아지면 해당 국가의 통화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 수요는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통화의 가치는 하락한다.
경기 침체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현재의 엔화 약세는 일본의 재정 상태를 반영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거의 성장하지 않았으며, 국가부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이다. 게다가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해 인구통계학적으론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본 사회에선 이민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
한편 유명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의 고문 출신인 후지마키 다케시는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볼만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전에 경고했듯이 미 달러당 180엔까지 치솟을 것이며, 결국 엔화의 가치는 붕괴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일본은 금리를 인상할까?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고금리를 감당하기엔 일본 경제가 현재 너무 취약하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전 세계 다른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또한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오랫동안 저물가에 고민했던 정책 입안자들은 현 상황을 싫어하지 않는 분위기다.
구로다 총재 또한 물가 2%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현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일본의 경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수년간 디플레이션, 즉 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소비자들은 미래에 더 가격이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하기에 구매를 억제하게 되고,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경기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은?
일본 당국은 지난 약 25년 동안 엔화를 지탱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엔화 가치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결국 BOJ는 엔화 210억달러(약 29조원) 치를 사들이며 개입을 단행했다.
그 영향으로 엔화 가치는 잠깐 반등했으나, 곧 다시 폭락하며 이번엔 달러당 150엔까지 밀렸다.

현재 일본에선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BOJ가 37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추가 개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이 이번 주 초 일본 정부가 또 한 번 개입했다는 징후가 있었다고 했음에도, 일본 당국은 추가 개입 여부를 밝히길 거부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본 정부의 엔화 가치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단기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경고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국제금융담당 차관은 "더 이상 엔화 약세를 원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기업에 미친 영향은?
한편 엔화 약세는 일본에서 사는 모든 물품이 비싸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은 수입상 석유와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한다. 그런데 엔화 가치 하락하는 상황에 에너지 가격마저 상승하면서 일본이 에너지 수입에 지출한 금액은 지난달 무려 46%나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기업에 나쁘기만 한 소식은 아니다. 일본 수출업자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이제 일본 내에서 더 가치가 높아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체 경제 활동에서 수출이 약 15%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지난 10년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1만엔이면 132달러짜리 물건을 살 수 있었으나, 이젠 67달러짜리밖에 구입할 수 없게 됐단 뜻이다.
게다가 일본 내 평균 임금이 지난 30여 년간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일본 국민이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는 등 엔화로 해외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려 한다면, 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관광객에겐 좋은 소식일까?
처음 엔화 가치가 떨어질 때만 해도 일본은 코로나19 관련 방역 정책의 일환으로 관광객의 출입을 거의 막았었기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큰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일본 정부가 관광객에게 국경을 개방하면서 엔화 약세는 관광객들에겐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으로 들고 간 돈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200만 명으로, 이들이 소비한 금액은 약 5조엔(약 48조원)에 이른다.
물론 관광객 수가 아직 2019년 수준으로까지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일본이 관광객 입국을 완전히 허용한 지 1년 이내에 인바운드 소비(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출한 금액) 규모가 6조6000억엔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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