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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들여다 보기(6, 병역은 상류층의 최고 임무다)

GODblessus 2023. 9. 2. 10:13

[공유] 영국 들여다 보기(6, 병역은 상류층의 최고 임무다)

 realismhybrid  20시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공주 신분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다.

<대처 총리>는 지금도 노동계급에게 노동조합을 압박하고 실업수당을 줄이는 등 자신들을 끝까지 못살게 군 노동계급의 적으로 간주된다. 상류층 역시 <잡화상 딸>이라고 부르면서 중산층 출신이라고 은근히 왕따시킨다.

대처 총리

그녀를 이은 '존 메이저' 총리는 서커스 광대의 아들이었고, 그 뒤를 이은 노동당 정부 총리들도 결코 중산층 이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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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그랬지만 영국을 이끌고 있는 것은 상류층 자제들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그 자리까지 오른 중산층의 자녀들이 나라의 권력을 잡고 흔드는 동안 상류층은 시골에서 취미로 양이나 키우고 농사나 지으면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 투자나 하며 부유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굳이 밤새워 공부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에 매달리는 것은 영국 상류층이 할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영국 상류층이 욕을 안 먹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구정물에 손을 담그지 않고 잘 살아가면서도 철저하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와 의무에는 충실하다. 자신들이 가진 富와 시간, 그리고 영향력을 이용해서 각 분야에서 '자선이나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걸 <자신들의 임무>라고 여긴다.

한국의 일부 재벌처럼 온갖 꼼수를 써서 상속세를 덜 내며 자식에게 富를 물려주려고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동시에 그들은 제대로 된 富의 상속을 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또 하나의 의무로 생각한다.

영국의 대도시 건물 주인 중에는 개인이 거의 없다. 고율의 상속세를 먼저 내야 하니 물려받기도 힘들고 능력 없는 자식이 그것을 물려받아 관리도 제대로 못할 바에 아예 자신의 모교나 사회단체 등에 기증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영국의 대도시 상업 건물은 대개 학교 재단이나 연금공단, 은행, 보험회사 등의 소위 말하는 기관 소유이고, 시골의 귀족 대저택은 대부분 '내셔널 트러스트'나 '잉글리시 헤리티지' 같은 문화재보호재단 소유다.

내셔널 트러스트 엠블럼

잉글리시 헤리티지 본부

이런 것들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 oblige>라 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은 이 단어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단어를 쓸 때면 꼭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들들이 전쟁에 참전한 것을 예로 든다.

그러나 엄격하게 따져보면 이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경우가 아니다. 영국 왕족이나 귀족은, 文人이 귀족인 우리와는 달리 태생적으로 武人인 기사들이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의 왕자들은 예비역 혹은 현직 군인이기에, 나라에 전쟁이 나면 참전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찰스 왕세자의 첫째 아들 윌리엄 왕세손

아프간 전쟁에 헬기 조종사로 참전한 찰스 왕세자의 둘째 아들, 해리 왕자

이런 면에서 보면 영국 중산층의 사회적 역할도 상류층의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엄격히 따지고 보면 중산층으로 살아가기는 상류층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시간과 돈이 풍부한 상류층과는 달리 모든 것이 여유롭지 못하다. 반면에 중산층은 하류층처럼 내키는 대로 살 수도 없다. 자식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교양 있는 행동도 해야 하고, 문화 수준에 맞는 활동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도 하류층과는 달리 봉사와 자선을 해야 한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영국 중산층들은 과거 교회에 십일조를 내면 되던 의무에서 이제는 기부와 동시에 자원봉사까지 해야 한다. 더 고달파진 셈이다. 그런 것들 중 한두 개만 소홀히 해도 이웃에게 바로 <신분 하락의 모욕>을 당하게 된다.

영국에서 중산층으로 살아가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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