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 기업 부채·부도 증가 세계 2위… 구조조정 더는 미룰 수 없다
입력 2023-11-21 00:00업데이트 2023-11-21 10:51 읽기모드 한국 기업의 부채 및 부도 증가 속도가 세계 2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자금난에 허덕이는 국내 기업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 가계빚에 이어 기업부채마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르면서 민간부채의 부실 뇌관을 제거할 선제 대응이 시급해졌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6.1%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이는 석 달 새 5.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증가 폭은 두 번째로 컸다. 기업부채의 총량과 증가 속도 모두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이다. 더군다나 주요 선진국들은 강도 높은 긴축 기조 속에 기업부채 비율을 일제히 줄였지만 한국은 거꾸로여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 부실 또한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IIF가 올 들어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을 분석했더니, 한국은 약 40%로 두 번째로 높았다. 빚더미에 오른 국내 기업들이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급등, 소비 위축 등을 견디지 못하고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 줄도산 경고음은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좀비기업’ 상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부도 날 확률이 10% 이상인 부실기업의 부채는 최근 4년 새 2.3배로 불었다. 4대 은행에서 기업들이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깡통대출’은 올 들어서만 29% 급증했다. 국내 200대 기업 가운데 단기부채 상환 능력이 작년보다 악화된 곳이 절반이 넘는다. 사설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진 대형 전쟁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연쇄 도산이 현실화하면 실물경기와 금융 시스템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급증한 빚은 기업의 투자 여력을 떨어뜨려 저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기업부채 규모를 줄이는 한편 한계기업의 부실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서둘러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우량기업은 살리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은 퇴출시키는 구조조정 작업에 손놓고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한국 기업#부채 및 부도 증가#세계 2위#구조조정
공유 기사추천4 관련기사 [단독] "외화 50조 들여와"…'환율 1300원' 방어한 삼성·LG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김익환 기자 입력2023.11.19 18:16 수정2023.11.20 07:37 사진=한경DB
19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은행 경상수지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국내 기업들이 해외법인에서 받은 배당총액(직접투자 배당소득수입)은 381억8470만달러(약 49조6400억원)에 달했다. 작년 1~9월(71억7580만달러)에 비해 432.1% 늘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본 리쇼어링'에 적극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9월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현대차 LG화학 삼성SDI LG전자 삼성엔지니어링 오리온 두산밥캣 등 10개 기업 해외법인의 본사(국내 법인) 배당액은 39조943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3조2592억원)보다 12배 많은 금액이다. 올해 1~9월 평균 환율(달러당 1300원32전)로 환산하면 307억1159만달러다. 올 1~9월 기준으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29조923억원)와 삼성엔지니어링(3294억원), 삼성SDI(2201억원) 등이 30조원 가까이 국내로 들여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대형 설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848억원, 762억원을 들여왔다. 삼성SDI는 중국·베트남법인에서 배당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총 7조6700억원가량의 현금을 들여올 계획이다. 주로 미국 법인 자금을 송금받는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해 순이익이 2조5494억원에 달했다. 2021년(1조285억원)의 두 배가 넘었다. 기아 미국법인 순이익도 지난해 2조525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현대차그룹은 들여온 자금을 국내 전기차 공장 구축에 쓰기로 했다. LG그룹은 LG전자(1조3821억원)와 LG에너지솔루션(3298억원) LG화학(2273억원) 등이 중국·태국 법인 등에서 현금을 들여왔다. 포스코홀딩스는 올들어 9월까지 4448억원을 해외에서 들여왔다. 작년 같은 기간(3459억원)에 비해 28.5% 늘었다. 올해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인 호주 로이힐에서 받은 2571억원을 받았다. 포스코홀딩스는 2010년 로이힐 운영사인 로이힐홀딩스 지분 12.5%를 취득해 3대 주주가 됐다. 두산밥캣은 올들어 북미법인에서 작년 동기(2000억원)와 비슷한 1995억원을 들여왔다. 지게차와 소형 건설장비(스키드로더)를 판매하는 이 회사의 미국·캐나다 매출 비중은 70%에 달했다. 오리온은 베트남법인으로부터 올해 486억원을 배당받았다. 지난해에는 배당받지 못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베트남의 국민 과자로 통한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올린 초코파이 매출은 1200억원에 달했다. 경상흑자 기여…원화 가치 방어도
기업들의 잇따른 ‘자본 리쇼어링’은 감세정책의 결과물이다. 작년까지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법인세를 내고, 남은 잉여금을 국내 본사로 배당하면 국내에서도 세금을 내야 했다. ‘이중과세’ 부담에 배당을 주저하는 기업들이 적잖았다. 기획재정부는 자본 리쇼어링을 북돋기 위해 ‘이중과세’를 손질했다.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가 본사로 배당할 때 세금을 상당 부분 내지 않아도 되게끔 법을 고쳤다. 해외에서 과세한 배당금의 95%는 국내 비과세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이 같은 개편안을 발표하자 정부 세수가 더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았다. 하지만 ‘자본 리쇼어링’ 효과로 되레 세수를 불릴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삼성 현대차 LG 등은 들여온 자금을 대부분 설비투자금으로 쓰면서 국가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도 뒷받침했다. 올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65억8000만달러(약 21조55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에 포함된 직접투자(해외법인 등)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297억2120만달러(약 38조6300억원)를 나타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상수지 흑자폭을 늘린 데다 원화가치 방어한 데다 투자·고용으로도 이어졌다”며 “정부의 법인세 개편이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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