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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 - 미국 대학의 빛과 그림자 by hanamander

GODblessus 2023. 4. 17. 14:01
아이비리그 - 미국 대학의 빛과 그림자 칼럼 / 강준만
2011. 5. 23. 23:05
인물과 사상 VOL. 158 2011. 6
강준만의 세상이야기

'아이비리그'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우리 아들은 '수시입학(Early Decision)'으로 펜실베니아 대학의 워튼 스쿨(Wharton School)에 합격했지요. 아들은 금요일 오후 학교에 있을 때 인터넷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는데, 아들을 데리러 하굑에 갔을 대 주차장에서 그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주더군요. 아내는 아들을 붙잡고 와락 껴안더니 엉엉 우는 겁니다. 아들을 놓아주다가 다시 붙들곤 오랫동안 껴안더군요. 그러고선 아들을 놓아주는가 싶더니, 세 번째로 다시 아들을 잡아끌어 또 오랫동안 껴안는 겁니다. 내내 엉엉 울었지요. 정말 멋진 장면이었답니다. …… 아들은 우리에게 자신의 합격을 알려준 웹사이트를 보여주엇지요. 웹사이트에서 '만세, 만세 펜실베니아!'라는 구호를 보는 순간 우리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Steinberg 2010)

2010년 12월 13일『뉴욕타임스』웹사이트에 오른 글이다. 수시입학과 정시입학 시즌엔 이런 종류의 글들이 미국 언론사 웹사이트들을 도배질한다. 미국엔 4년제 대학이 2000여 개(2년제 포함 5700여 개)가 있지만, 모든 대학 입학이 다 그렇게 뜨거운 감격이나 정반대로 쓰라린 좌절을 유발하는 건 아니다. 미국 고교생의 대학진학률은 1940년 13%에서, 1970년 43%, 오늘날엔 70%(2009년 70.1%)에 이르고 있다. 한국도 그렇지만, 대학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대학이 아니다. 엄격한 서열체제하에서 이른바 '아이비리그(Ivy League)'로 대변되는 명문대학 입학만이 '전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살벌한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동북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를 가리킨다. 개교 순서대로 보자면 하버드(Harvard University), 예일(Yale University), 펜실베니아(University of Pennsylvania), 프린스턴(Princeton University), 콜럼비아(Columbia University), 브라운(Brown University), 다트머스(Dartmouth College), 코넬(Cornell University)이다. 1865년에 세워진 코넬만 빼곤 모두 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세워져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902년 아이비리그 8개 대학 간에는 풋볼(미식축구)과 농구 등 경기 리그가 결성됐는데, 아이비리그라는 이름의 기원은 이 경기 리그에서 비롯되었다. 1930년대 전반 최고의 풋볼 팀은 뉴욕시에 있는 포드햄대(Fordham University)의 포드햄램스(Fordham Rams)였는데, 사람들이 콜럼비아와 프린스턴 대학을 포드햄대와 비교 평가해달라고 하자『뉴욕헤럴드트리뷴』의 스포츠 기자인 캐스웰 애덤스는 "두 대학은 그냥 아이비 리그에 지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학교 건물을 뒤덮은 담쟁이덩굴(ivy)을 염두에 둔, 그냥 역사가 오래된 대학일 뿐이라는 뜻이었다. 스포츠면 편집장인 스탠리 우드워드는 이 표현에 주목해 그다음 날(1933년 10월 14일) 이 용어를 인용해서 기사를 썼는데, 이후 널리 쓰이는 표현이 되었다.(Morris & Morris 1971, 진인숙 1997)

아이비리그는 '아이비즈(Ivies)'라고도 불리며, 아이비 중에서도 하버드·예일·프린스턴을 가리켜 HYP 또는 '빅3'라고 한다. '아이비리그=최우수 대학'이라는 인식이 강해 아이비리그에 못지않은 명문대인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매사추세츠공대(MIT: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시카고대(University of Chicago), 존스홉킨스대(Johns Hopkins University) 등을 모은 '아이비 플러스(Ivy Plus)'와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Berkeley), 미시간대(University of Michigan), 버지니아대(University of Virginia), 텍사스대(University of Texas-Austin) 등 우수한 주립대들을 모은 '퍼블릭 아이비'란 별칭도 있다.

그 밖에도 규모가 작은 명문대학들을 가리키는 '작은 아이비(Little Ivise, Hidden Ivies)'가 있으며, 이들 중에서도 '빅3'를 흉내 낸 'Little Three'로 앰허스트(Amherst), 웨슬리언(Wesleyan), 윌리엄스(Williams)가 꼽힌다. 그런가 하면 흑인 명문대학들을 가리켜 '블랙 아이비(Black Ivy League)', 남부의 명문대학들을 가리켜 '남부 아이비(Southern Ivies)', 서부의 명문대학들을 가리켜 '서부 아이비(Western Ivies)'라고 하며, 보스턴 대학(Boston College)을 '제수이트 아이비(Jesuit Ivy)'라고 부르는 것처럼 특정대학의 특성을 부각시켜 아이비를 붙이는 등 그야말로 다양한 아류 아이비들이 있다. 가수 아이비도 있고 학생복 아이비도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아이비라는 이름의 인기가 높다.

두말할 필요 없이 아이비리그는 미국인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아이비리그 대학 이름을 보통명사로 쓰는 경우도 흔하다. 영화 <러브 스토리(1970)>, <페이퍼 체이스(1973)> 등에서와 같이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아예 '아이비리그 소설'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굳어질 정도로 아이비리그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도 많다. 선행에서부터 악행에 이르기까지 아이비리그 출신의 행적을 그린 책들, 아이비리그 입학과 관련된 '인간승리' 책들도 많이 쏟아져 나온다. 아이비리그 대학의 낙서에서부터 신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책의 주제가 된다. 아이비리그 여대생이 학비를 벌기 위해 나이트클럽 스트립 댄서로 일하면 그게 엄청난 화제가 돼 그녀의 전기가 책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그런 '아이비리그 상업주의'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아이비리그가 미국 대학교육의 실질적인 리더라고 하는 점이다. 무슨 일이건 '빅3'가 하면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따라서 하고, 또 다른 수많은 대학들이 아이비리그의 뒤를 따른다. 대학당국에서부터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아이비리그가 사실상 '미국 대학의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Karabel 2005)

아이비리그를 보면 미국 이보인다. 미국 시스템의 핵심이 고스란히 아이비리그에 농축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평범한 서민층은 자식을 아이비리그에 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자신들과는 다른 세상이라는 걸 알고 포기할 줄 안다. 반면 한국의 서민층은 자식을 SKY(서울-고려-연세대)에 보내려고 애쓴다. 처절한 투쟁을 벌인다. 포기를 모르는 한국에 더 희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삶이 피곤해진다. 행복도가 낮아진다.

미국이나 한국 모두 엘리트주의가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나라지만, 그 양상은 크게 다르다. 사회문화적 동질성이 높아 평등주의가 강한 한국은 모두가 엘리트가 되려고 애쓰는 반면, 다민족·다문화 사회인 미국은 기존 체제의 유지와 미화를 위해 상징적으로 아주 작은 '기회균등'의 출구는 열어놓지만 사실상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로 대변되곤 하는 지배 계층이 엘리트 지위를 세습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다. 미국의 평균을 보고 미국의 장래를 말하면 실수하기 쉽다. 미국의 경쟁력은 대부분 아이비리그를 거치는 엘리트 계급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선 한국도 미국을 점점 닮아가고 있지만, 한국 사회 특유의 역동성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만들어내곤 한다.

'능력주의 사회'가 도래했는가?

1958년 영국의 정치가이자 사회학자인 마이클 영(1915~2002)은『능력주의 사회의 부상(The Rise of Meritocracy)』이라는 책을 출간해 '귀족주의 사회(aristocracy)'에 상응하는 말로 '능력주의 사회(meritocracy)'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과연 무엇이 '능력(merit)'인가? 배경보다는 지능과 노력을 능력으로 본 영은 '기회균등'의 원칙이 '불평등하기 위한 기회 균등'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이 책은 우경화하려는 영국 노동당 정부에 경고하기 위한 풍자로 쓰였지만, 영의 뜻과는 다르게 읽혀졌다. 이 책은 특히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 교육사회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미국인들은 '능력주의 사회'를 대학교육은 물론 아메리칸 드림의 이론적 기반으로 간주했다. 대학은 능력주의 사회를 지키는 보루로 간주되었던바, 이른바 '테스트산업(test industry)'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테스트를 능력 측정의 객관적 근거로 신봉한 탓이었다. 곧 테스트의 많은 문제가 드러나지만, 당시 테스트에 열정을 보였던 이들은 그들 나름대론 '귀족주의'를 넘어선 '능력주의'의 구현이라는 진보적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테스트산업의 선두 주자는 단연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 미국교육평가원)였다. 1947년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본부를 두고 세워진 ETS는 처음엔 아이비리그의 서비스 기관과 다를 바 없었다. ETS 총재엔 로런스 로웰(1857~1943)의 뒤를 이어 1933년에서 1953년까지 하버드 총장을 지낸 제임스 브라이언트 코넌트(1893~1978)가 직접 발굴한 헨리 촌시(1905~2002)가 임명되었다. 코넌트와 촌시는 ETS 업무가 매우 진보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ETS의 각종 테스트를 통해 기존 귀족계급의 범주를 넘어서 일반 대중에게도 아이비리그 문호개방의 의미가 있었으므로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Brooks 2000)

능력주의 사회 이데올로기는 ETS의 권능을 강화시켜 ETS를 급성장케하는 동력이 되었다. TOEFL, TOEIC, GRE 등 수십 가지 테스트를 주관하는 ETS의 테스트는 오늘날 180개국 9000여 곳에서 매년 2000만 건 이상 실시되고 있다. ETS 업무의 25%는 칼리지 보드와의 계약으로 이뤄지는데, 매년 3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보는 SAT(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처럼 칼리지 보드가 주관하되 시행은 ETS가 하는 방식이다. 칼리지 보드는 1900년 '대학입학시험위원회(College Entrance Examination Board)'로 탄생했는데, 이는 대학마다 입학시험 방식이 다 달라 학생과 교사들이 큰 혼란을 겪자 고교 교장들이 모여 어느 정도의 표준화를 해달라고 탄원을 한 결과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 결과 1901년부터 표준화된 입학시험이 시도되기 시작해 1920년대에 오늘날의 SAT가 선을 보였다.(Boyer 1987) 뉴욕시 맨해튼에 본부를 둔 칼리지 보든느 오늘날 5900여 개의 대학과 학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칼리지 보드가 주관하는 시험은 SAT 외에도 PAST, NMSQT, Advanced Placement Program에 따른 AP Test, CLEP, Accuplacer, SpringBoard, CSS/Finamcial Aid PROFILE 등 무수히 많다.

AP Test는 학생들이 진학할 대학과 전공의 적합성을 알아보기 위해 고교에서 이뤄지는 대학 수준의 강의 결과를 평가하는 테스트인데, 이걸 요구하는 대학에선 입학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경우처럼 칼리지 보드가 주관하는 테스트의 중요성 또는 시장성은 얼마나 많은 그리고 좋은 대학들이 지원자들에게 특정 테스트 결과를 요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칼리지 보드는 대학들을 상대로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테스트 결과를 요구하게끔 치열한 로비를 전개한다.

사실상 독점사업인지라 칼리지 보드의 수입은 매우 짭짤하다. SAT Reasoning Test 47달러, SAT Subject Test 20~29달러, AP Test 87달러, SAT 점수를 지원 대학으로 보내주는 데 9.5달러, 이게 3~5주 걸리는데 이틀 내로 보내주는 건 26.5달러 등등 해서 돈을 이렇게 챙기고 저렇게 챙긴다. 어디 그뿐인가. 시험교재를 팔아 추가로 돈을 벌어들인다. 2006년 칼리지 보드의 총수입은 5억 8290만 달러, 총지출은 5억 2780만 달러로, 5510만 달러를 적립할 수 있었다. 돈이 그렇게 남아도니 흥청망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칼리지 보드 간부들 중 12명이 매년 3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칼리지 보드의 테스트가 부실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2005년 MIT의 연구원 레스 페렐먼은 SAT 에세이 테스트 평가가 엉터리라는 걸 발견해 폭로했다. 글의 길이와 점수가 비례해 답안을 안 읽고 길이만 보고도 점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에세이를 25분 내로 쓰게 하는 건 글쓰기 교육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만만치않다. AP Program과 Test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고교 교사들은 잘 알고 있지만 대학들이 요구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칼리지 보드는 AP Test로 87달러를 받아먹으면서도 대학에 통보할 땐 원래의 테스트 취지와는 달리 달랑 점수만 통보한다. 2005년 12월 수천 명의 SAT 점수를 잘못 통보했다는 걸 발견해놓고서도 그것이 발각된 2006년 3월까지 시치미를 떼는 비윤리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Wikipedia)

1년에 7번 시행하는 SAT는 각종 학습교재, 강좌, 개인과외 등을 유발함으로써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규모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SAT는 IQ시험과 비슷하다는 비판뿐만 아니라 백인 중산층 이상의 인종적 계급적 편향성이 있으며, 시험결과가 학생 가정의 소득수준과 정비례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SAT 독점에 반발해 1959년 ACT(American College Testing)가 등장했지만,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SAT는 동서부 연안 지역에서 ACT는 중서부 남부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Paul 1995)

칼리지 보드와 '의형제' 사이인 ETS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주로 독점에 대한 비판인데, 스스로 비영리기관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의 세금 면제가 과연 온당하느냐는 문제 제기다. 일 처리 수준이 엉터리라는 비판도 끊이질 않으며, ETS의 학습교재 판매사업도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칼리지 보드와 ETS의 로비 행태는 의형제답게 둘 다 호화판이라는 지적도 있다. 각 대학 입학처장이나 입학사정관 총회를 할 때 비용을 제공하면서 최고급호텔에서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춤추고 흥청망청한다는 것이다. ETS는 기업들을 상대로 신입사원을 고용할 때 테스트를 보라고 맹렬한 판촉 활동을 전개하는데, 이는 흑인들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O'Neill 2005) 능력주의 사회는 미국에서의 신성한 원칙이다. 미국인들은 ETS와 칼리지 보드의 각종 테스트야말로 그걸 실현한느 최상의 방법론이리라 믿었지만, 테스트는 매우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약과 같다는 게 밝혀졌다. 도덕은 제쳐놓더라도 그렇게 표준화된 테스트들로 인해 배제되는 다른 가치들은 어찌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끊임없지 제기되고 있다.(Lemann 1999)

특허 전쟁과 랭킹 전쟁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외부의 적(敵)이 나타나면 히스테리 증상을 보여가면서까지 국익 위주의 정책을 펴기 마련이다. 미국은 일본과 유럽 경제의 위협에 직면해 '충격'을 받아 대학 연구를 진작시킬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이는 1980년 '베이-돌 법(Bayh-Dole Act)'의 제정으로 나타났다. 이 법의 요지는 과거 연방정부 지원에 의한 연구개발의 지적재산권을 정부가 소유했으나 이제부터 대학에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사실상 기업이 되어 전쟁을 방불케 하는 '특허 만들기' 경쟁에 뛰어들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게 되었다.(Cole 2009)

'베이-돌 법'이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1980년대에 200개 이상의 대학이 독립적인 관련 부서를 설치해 특허와 라이선스로 돈 버는 일을 공격적으로 추진했으며, 2000년경에 이르러 대학들의 그런 수입은 10억 달러를 초고하게 된다. 또한 1980년대 전반 듀폰사와 하버드 의대(Du Pont-Harvard) 사이에 맺은 600만 달러 계약을 비롯해 기업과 대학 사이의 산학협동 계약이 봇물을 이루었다.(Bok 2003, Washburn 2005) '베이-돌 법'은 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대규모로 내놓게 하는 기여를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긴 하지만, 학문적 지식의 사유화, 연구방향의 왜곡, 대학의 타락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교수들은 자기 시간의 10~20%를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활동에 바침으로써 교육을 등한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Washburn 2005, Bok1986)

대학들의 특허 전쟁은 1983년『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지가 대학 랭킹을 발표하고 이를 정례화함으로써 더욱 치열해지게 되었다. 이후 이 대학 랭킹은 대학과 학생은 물론 주 정부의 대학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랭킹 발표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모두 다 끌려 다니기에 바빴다. 대학들은 자기 대학의 랭킹이 나쁘면 비판하거나 무시하는 반면 좋으면 대대적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고교생들과 학부모들이 앞다투어 이 잡지를 사면서 대학 랭킹이 실린 호는 40% 판매 증가를 기록했으며, 웹사이트엔 800만 명이 방문하는 등 대학 랭킹의 파워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Breneman 1993, Garner 2011, Mathews 2003)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는 대학 랭킹 조사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는 단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디킨슨 칼리지의 입학부처장 로버트 마사(2005)는 "이 잡지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자동차에서부터 옷에 이르기까지 브랜드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속성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대학 랭킹은 대학의 위계화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이었다. 1983년 폴 푸셀은 대학은 기존 계급 구조를 재생산하고 정다오하시켜주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이름만 대학일 뿐인 대학들이 대다수로서 이들은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대학들을 빛내주기 위한 용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랭킹 조사는 바로 그런 메커니즘의 방법론적 도구로 등장한 것일까? 어찌 됐건 대학 랭킹 조사의 상업적 가치가 엄청나다는 게 확인된 이상, 한국의『조선일보』와『중앙일보』가 대학 순위 발표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알 만하다.

'아카데믹 자본주의'와 '기업적 대학'

1997년 '아카데믹 자본주의(academic capitalism)'니 '기업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이니 하는 용어가 인기를 끌면서, 이제 대학은 교육과 문화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경제, 그것도 거시 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했다.(Slaughter & Leslie 1997, Slaughter & Rhoades 2004) 당연히 윤리 감각도 희박해졌다. 대표적 사례가 2001년 하버드 사건이다.

2001년 하버드 위험분석 공공의료 센터 학교(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s Center for Risk Analysis)는 살충제의 위험을 지적한 정부보고서를 반박하고 나섰다.『워싱턴포스트』기자 데이비드 브라운은 그 학교가 자금의 60%를 살충제 회사들로부터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자들이 가장 객관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대학이었지만 이젠 어림도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특히 의대와 제약회사들 간의 유착은 악명이 높았다. 텍사스대는 담배회사와의 유착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했다.

엔론사(Enron Corporation)는 에너지 규제완화를 위해 대학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 엔론으로부터 큰돈을 받은 하버드 전기정책그룹(Harvard Electricity Policy Group)은 에너지 탈규제를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엔론은 자사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에도 돈을 퍼부었다. 이래도 되나. "매년 연방정부는 대학들에게 200억 달러에 이르는 연구비를 대주고, 그 밖의 보조금으로 600억 달러를 지원하고, 주정부 차원에서 가는 돈도 매년 68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렇듯 파렴치하게 공익에 반하는 비리를 저질러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었다.(Washburn 2005)

대학들 간의 경쟁이 기업들의 경쟁을 닮아가면서 대학들의 교수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게 일어났다. 지리적 이점을 근거로 아이비리그에 도전해보겠다고 나선 뉴욕대(New York University)는 2002년 1인당 20~30만 달러 연봉 조건으로 경제학자 8명을 영입했으며, 2003년엔 하버드 물리학자 안드레이 쉴라이퍼에게 50만 달러 연봉을 제안했다. 또 영국 옥스퍼드의 젊은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을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연봉을 제시했는데, 퍼거슨은 6개월 후 돈을 더 주겠다는 하버드로 옮겨갔다.

대학도 "Money talks!(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원리의 지배를 받는 건가? 그런 점에서 하버드 총장 출신인 데렉 복이 2003년에 출간한『시장의 대학들: 고등교육의 상업화(University in the Marketplace: The Commercialization of Higher Education)』라는 책의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대학이 기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현실을 고발한다. 하버드의 학위 프로그램 등록 학생 수는 1만 8000명이지만 하버드를 드나드는 학생 수는 6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각종 전문 과정 및 세미나 장사 때문이다. 이를 둘러싸고 대학들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기업의 요구에 맞춰 아예 맞춤 강좌를 개설하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대학들의 인터넷 장사에서부터 대학 랭킹에 매달리는 현실에 이르기까지 대학들의 상업화가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이비리그 특혜입학의 유형

2006년 9월 아이비리그 특혜입학 폭로(2003년 5월)로 퓰리처상을 수상한『월스트리트저널』기자 다니엘 골든이『입학의 대가(The Price of Admission)』라는 책을 출간해 아이비리그 특혜입학의 전모를 상세히 공개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이비리그 특혜입학엔 좌우(左右), 진보-보수의 구분이 없다. 모두가 주범이거나 공범이다. 하버드 출신으로 클린턴 행정부의 부통령을 지낸 앨버트 고어는 1991년에서 2001년까지 네 아이를 모두 하버드에 입학시켰다. 2004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조지 W. 부시와 존 케리도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부자라 예일에 입학했고, 또 자기 자식들을 예일에 보냈다. 이런 특혜입학과 관련, 2005년 1월 영국의『이코노미스트』는 특별호에서 미국이 귀족계급이 기승을 부리던 제국주의 시대의 영국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은 부자를 사랑한다. 듀크대(Duke University)의 경우처럼 아예 부자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신입생 유치경쟁을 벌이는 대학들도 있다. 가난한 수재들이 많이 오는 것보다는 부자 범재들이 많은 게 학교재정과 위상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 때문이다. 노골적인 부자 편애를 실천한 듀크대의 기부금 순위는 1980년 1억 3500만 달러의 25위에서 2005년 38억 달러의 16위로 뛰어올랐다. 한동안 부잣집 아이들 사이에서 듀크 열풍이 불었는데, 그 이면엔 그런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이비리그는 소수계 민족 출신과 가난한 집 아이들을 일부러 뽑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체육특기생(부유층 자제의 편법입학), 동문 자녀(legacy), 비동문 기여입학, 유명인사·정치인 자녀, 교수·직원 자녀 등으로 채워진다. 소수계 민족 출신과 가난한 집 아이들을 일부러 뽑는 것은 이런 현실을 은폐하거나 호도하기 위한 상징적 제스처에 가깝다. 체육특기생은 부자들만이 할 수 있는 스포츠 중심이다. 승마, 폴로, 펜싱, 스쿼시, 요트경기, 골프, 라크로스 등등. 체육특기생으로 아이비리그에 들어가기 위해 과잉 스포츠 과외를 하는 바람에 아이들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Fitzsimmons et al. 2005)

레거시는 원래 그 원조인 영국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미국에선 건재하다. 레거시를 실시하는 대학들은 2005년 동문 기부금이 71억 달러로 모든 사립대학 기부금 총액의 27.7%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건 그쪽 사정이고, 미국인들의 75%가 레거시에 반대한다. 이런 여론을 업고 캔사스주 토피카에 있는 워시번시립대(Washburn Municipal Universuty)를 나온 밥 돌에서부터 하버드 레거시의 수혜자이자 공범자였던 에드워드 케네디에 이르기까지 몇몇 유력 정치인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지만, 그럼에도 레거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행정부와 의회 실세들이 아이비리그 출신인데다 대학들의 로비가 치열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정치인 자녀 우대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내고 그 어떤 규제도 없게 하려는 로비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싶어서다. 대학들이 쓰는 로비 비용은 법률가, 노동조합, 건설회사 로비 비용보다 많다. 대학들은 1998년에서 2004년까지 로비 비용으로 6170만 달러를 사용했다. 이런 이유로 레거시를 막을 수 있게끔 모든 대학들의 입학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법안이 하원에 상정되었지만 2006년 3월 337 대 83으로 부결되고 말았다.

교수들은 다른 비판은 잘하지만 교수 자녀 특혜에 대해선 침묵한다. 교수 자녀의 3분의 1에서 5분의 1이 특혜입학을 하며, 등록금 무료에서부터 무이자 장기 대출에 이르기까지 재정적 특혜를 누린다. 보스턴대(Boston University)의 경우 2003년 교수 직원 자녀 176명이 지원에 160명이 합격함으로써 91%의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합격자의 반만 등록했다. 아무리 특혜가 좋아도 아이비리그를 선호한 탓이다. 콜럼비아대의 경우 2004~2005년 5493명의 학부생 중 157명(2.9%)이 교수 직원 자녀였다. 명문 사립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2004~2005년 12만 7114달러였는데도 교수 자녀들이 각종 경제적 특혜를 누리니 이게 될 말인가. 2005년 1월『뉴욕타임스』는 교수 자녀 입학을 제2의 레거시로 다룬 기사를 크게 보도했지만, 이는 바뀌지 않았다. 교수 자녀 특혜입학은 스타 교수들을 영입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학들은 유명인사 자녀들에 약하다. 엄청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인사 마케팅 전략이라고나 할까. 이 방면의 선두 주자는 단연 브라운이다. 브라운은 할리우드 스타에서부터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유명인사 자녀들이 많이 가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부모가 대학을 방문하는 날 행사는 캠퍼스가 유명인사들로 흘러넘친다. 1979년 고(故) 존 F. 케네디의 아들 존 F. 케네디 주니어를 유치한 것은 브라운이 거둔 최대의 성공작이었다. 모든 뉴스 미디어에서 '브라운 브라운'을 외치는 바람에 브라운의 지명도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교수와 학생들도 환호했다. 수업도 필수과목이 없어 수학과 과학을 못하는 유명인사 자녀들이 브라운을 선호한다. 학생 마음대로 아무거나 골라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브라운은 유명인사 자녀 입학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도 그들을 노리는 언론매체의 모든 인터뷰 시도를 철저히 차단해줌으로써 호평을 받고 있다. 꼭 이런 장점이 아니더라도 10명 정도의 유명인사 자녀를 대학에 유치하면 그때부터 저절로 굴러간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명인사 자녀들이 스스로 비슷한 동지를 만나러 간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브라운을 원한다는 것이다.

2011년 하버드 합격률 6.17%

'아이비중독증(Ivyholism)'이란 말이 있다. 대학 분야의 '브랜드 중독증'을 뜻하는 말이다. 중산층 이상 미국인들의 주요 화제는 늘 대학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다.(Thacker 2005) 한국 못지않다. 그러니 날이 갈수록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합격률(Acceptance Rate)이 낮아지는 건 당연하다 하겠다.

하버드 합격률은 2010년 7.15%, 2011년엔 6.17%까지 낮아졌다. 상위 50개교의 합격률은 모두 30% 이내이며, 2개 대학을 빼곤 모두 합격률이 전년보다 낮아졌다.『뉴욕타임스』인터넷판엔 이 리스트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독자들의 댓글이 수백 개씩 올라온다. "이건 난센스다. 왜 이런 걸 보도하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열띤 관심이다. 10학년(고1) 쌍둥이를 둔 부모인데 브라운과 스탠퍼드에 관심이 있다며 7~8%의 합격률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댓글도 있고, 아이비리그 합격생의 절반은 명문 사립학교(prep school)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때문에 실제 합격률은 더욱 낮다고 지적하는 댓글도 있다.

19위를 기록한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의 합격자 수에 의문을 제기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그 학교 웹사이트에는 신입생 정원이 1500명이라는데 어떻게 합격생이 4440명이냐는 문제 제기다. 이 '무식한' 독자를 위해 그걸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댓글이 무더기로 달린다. 모든 대학들이 여러 대학에 합격한 중복합격자들을 염두에 두고 정원보다 많이 합격시킨다. 이 학교의 경우는 3배 가까이 되니 매우 심한 경우다. 이해를 돕기 위해 노스웨스턴대도 정원은 2000명이지만 2.5배 이상을 합격시켰다는 해설 댓글이 오른다.

합격률이 평판도가 될 텐데 대학들이 가만있겠는가. 실제로 대학들은 합격률을 낮추기 위해 지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합격 가능성이 전혀 없는 학생들까지 들러리를 서도록 유인하는 대학들로 있다. 모든 대학들이 다 부풀린다고 보아도 무방하다.(Golden 2006, Steinberg 2011a·2011b)

'능력주의 사회'는 가능하며 바람직한가?

앞서 지적했듯이, 2006년 9월 아이비리그 특혜입학 폭로(2003년 5월)로 퓰리처상을 수상한『월스트리트저널』기자 다니엘 골든은『입학의 대가(The Price of Admission)』라는 책을 출간해 아이비리그 특혜입학의 전모를 상세히 공개했다. 골든은 하버드 출신이면서도, 아니 하버드 출신이기에 오히려 아이비리그 특혜입학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대학은 아메리칸 드림의 산실인데 그곳이 썩으면 미국이 망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능력주의 사회(meritocracy)'가 무너지면 미국도 무너진다는 것이다.

아이비리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변주곡이며, 이는 아이비리그 출신 흑인인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아이비리그는 더 나아가 세계의 고급인력을 끌어들이면서 미 제국의 심장부 노릇을 하고 있으니, 미국의 입장에선 아이비리그를 미국 시스템의 축복으로 여길 만하다. '평등'의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간 미국인의 절대 다수(70% 이상)는 "자유와 평등 가운데 어떤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평등'보다는 '자유'를 택해왔으니, 크게 문제될 것도 없는 셈이다. 게다가 허울 좋은 신화일망정 '능력주의 사회'라고 하는 이데올로기적 보호막이 있지 않은가.

능력주의 사회는 실현되기도 어렵지만, 설사 실현된다 해도 문제다. 가난과 불평등의 문제를 사회적 이동성의 문제로 둔갑시켜버리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능력주의 사회의 부상』을 쓴 마이클 영은 85세를 맞은 2001년 자신의 책은 경고를 위한 풍자(satire)였건만 능력주의 사회를 이상으로 삼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능력주의 사회는 부자나 빈자 모두에게 자기정당화 효과를 발휘하게 돼 있다. 부자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고 할 것이고, 빈자도 자신의 능력의 한계 때문에 빈자가 되었다고 할 게 아닌가 말이다. 바꿔 말해서 능력주의 사회는 빈부격차에 가장 둔감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비리그 파워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미국의 교육 양극화 생생한 증언이다. 아이비리그의 반대편에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는 상당수 초중고 공립학교(public school)가 있다. 공립학교의 참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매우 높아 모든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학교 전쟁(school wars)'이라는 말까지 쓰이고 있을 정도다. 2010년 2월 의회에서 교육예산 90억 달러를 삭감하면서 약 3만 명의 초중고 교사들이 해고된 이후에도 교사 해고 선풍이 미국 전역을 강타했으며,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은 고등교육에 가장 돈을 많이 지원하는 국가다. 그 돈은 사회복지를 희생으로 한다. 사회복지에 들어가야 할 돈이 교육 분야에 쓰이는 것이다.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된 건 좋은 일이지만, 미국이 선진 21개 국가 중 사회복지는 꼴등이라는 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대학, 그것도 좋은 대학을 간 사람일수록 국가 지원이라는 혜택은 크게 누리는 반면, 서열체계에서 낮은 곳에 속하는 대학을 간 사람들이나 아예 대학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누려야 할 몫도 누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이게 과연 공정한 게임인가? 한국에서도 당연히 제기되어야 할 문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