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퀫잘코아틀루스(=케찰코아틀루스). 그 명성의 뒷편

GODblessus 2023. 12. 7. 15:41

퀫잘코아틀루스(=케찰코아틀루스). 그 명성의 뒷편

 realismhybrid  7시간 전
 

* '케찰코아틀루스'는 고유명사 존중, '퀫잘코아틀루스'는 라틴어 존중 표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후자의 표기를 이용합니다.

퀫잘코아틀루스 노르트로피 Quetzalcoatlus northropi는 익룡에 관심이 없더라도 고생물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아볼 익룡입니다.

1975년 학계에 알려진 이후로 아즈텍의 깃털 달린 뱀신의 이름을 딴 이 거대한 익룡은 수십 년에 가깝도록 ‘가장 거대한 익룡’으로 칭송받았고, 날개폭 12m에 키만 5m라는 수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공룡을 비롯한 육상동물도 서슴없이 잡아먹었을 것이란 연구결과 역시 익룡 하면 물고기나 곤충이나 먹었을 것이라 생각하던 통념을 멋지게 깨뜨려 주었죠.

덕분에 녀석은 만화, 다큐멘터리, 도서를 포함해 수없이 많은 매체에서 등장했으며, 익룡치고는 드물게도 여느 공룡 부럽지 않은 인기스타로 등극했습니다. 수많은 복원도와 컴퓨터 모델, 피규어도 이 날짐승의 위엄 넘치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퍼날라 주었죠.

...........그런데, 그 모습은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최근, 한 논문이 내놓은 청원이 국제동물명학회 (ICZN)에 정식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2017년 제기된 이 청원의 제목은 'Quetzalcoatlus northropi (Reptilia, Pterosauria): proposed availability and attribution of authorship to Lawson, 1975'로, 해석하자면 '퀫잘코아틀루스 노르트로피: 유효성과 Lawson, 1975의 저작권에 대한 제안'입니다.

이 논문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퀫잘코아틀루스 노르트로피라는 학명을 유효명으로 지정해 달라'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퀫잘코아틀루스의 모식표본 화석

사실, '퀫잘코아틀루스'는 공식 학명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방식으로 이름붙지 않아 학명의 유효성을 가지지 못한 무자격명이죠.

이 상황의 전말을 정리하자면 1971년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합니다. 텍사스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한 미국의 대학원생 더글러스 A.로슨 (Douglas A. Lawson)은 텍사스 남부의 후기 백악기 지층 자벨리나층 (Javelina Formation)에서 거대한 익룡의 왼날개뼈 화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 그는 같은 지층에서 더 작은 아즈다르키드의 화석 세 점을 더 발굴했고, 이에 이 화석들도 같은 종의 성장 단계라 판단한 로슨은 1975년 몇 번의 기재를 통해 이 익룡에게 '퀫잘코아틀루스 노르트로피'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퀫잘코아틀루스'로 기재된 익룡들의 발견 부위

하지만, 이 기재에는 몇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선 로슨은 퀫잘코아틀루스를 다른 익룡들의 화석과 비교를 하며 그 특징을 서술하기는 했지만 그는 퀫잘코아틀루스가 지닌 독자적인 속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위한 퀫잘코아틀루스만의 형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언급이 된 노르트로피종의 골격은 팔뼈와 날개손가락이 보존된 화석이었는데도(목뼈와 다리뼈의 파편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정작 논문에서 제대로 보고한 부분은 왼팔 상완골, 즉 위팔뼈 부위 하나뿐이었죠.

그렇다면 이후 다른 연구자들이 연구를 진행했으면 되지 않나 생각되겠지만, 그 이후로도 노르트로피종은 제대로 된 연구 자체가 거의 못 이뤄졌습니다. 나머지 골격들은 논문을 타지조차 못했고, 거의 모든 노르트로피종에 관한 연구는 이 논문에서 빈약하게 보고된 상완골 하나만을 가지고 이루어진 것이었죠.

그 동안 퀫잘코아틀루스의 화석들은 텍사스의 박물관에서 로슨의 지도교수인 완 랭스턴 주니어 (Wann Lanston Jr.)에 의해 연구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랭스턴과 박물관 측은 퀫잘코아틀루스의 표본과 연구 자료를 남들과 공유하려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40년에 가깝도록 나머지 퀫잘코아틀루스 화석들은 일체의 연구, 보고, 명명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꽁꽁 숨겨졌죠.

이러한 상황 때문에 당장 몇 달 전까지 퀫잘코아틀루스는 유효한 학명이 되지 못했고, 무자격명의 특성상 어느 누군가가 이 학명을 그대로 가져가도 할 말이 없는 상태로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수많은 논문과 연구가 퀫잘코아틀루스를 유효명으로 간주하며 인용해 왔고, 이런 점을 참작해 국제동물명학회는 비록 명명규약에는 어긋나지만 퀫잘코아틀루스를 유효한 학명으로 인정해 주었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현재 퀫잘코아틀루스는 유효한 학명인 셈이죠.

물 위를 나는 퀫잘코아틀루스 sp.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고, 퀫잘코아틀루스가 던진 파장은 아즈다르코과 연구 전체에 지대한 장애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퀫잘코아틀루스가 먼저 보고되었기에 그 이후 발견된 아즈다르코류 익룡들은 당연히 퀫잘코아틀루스와의 비교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비교할 대상 자체가 불완전하니. 결국 수많은 아즈다르키드 화석이 제대로 동정되지 못한 채 퀫잘코아틀루스속 안에 쓰레기마냥 쌓이게 되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실제로 공룡공원층의 거대한 아즈다르키드 화석들은 수십 년 동안 퀫잘코아틀루스 취급을 받고 있다가, 극히 최근에야 고유파생형질을 인정받아 크리오드라콘 Cryodrakon이라는 속으로 독립할 수 있었죠.

앞서 언급한 세 작은 아즈다르키드는 처음에는 노르트로피종의 어린 개체로 분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화석 몇 점이 더 발견되면서 단순한 성장 단계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부각되었고, 이에 착안해 1996년 이 화석들은 퀫잘코아틀루스속의 미동정종, 즉 'Quetzalcoatlus sp.'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아즈다르코류 골격. 핫제곱테릭스/몬타나즈다르코/즈헤이앙곱테루스

이 4.6m 날개폭의 작은 녀석들은 노트로피종보다 훨씬 온전했고, 이 때문에 지금 우리가 보는 절대다수의 퀫잘코아틀루스 복원은 이 sp.들의 신체 비율에 근거해 복원된 것입니다. 이 때는 알려진 아즈다르키드 중 거의 유일하게 신체 비율이나 형태가 잘 알려진 존재였기에,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지만요. 물론 크기나 몸무게 같은 것들도 이에 근거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아즈다르키드는 갈수록 늘어 갔고, 더 이상 이들의 비율이나 생김새를 길고 가는 두개골과 목, 팔다리를 가진 마른 체형의 sp. 형태로만 표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즈헤이앙곱테루스 Zhejiangopterus처럼 뼈볏이 없고 위아래로 깊은 두개골을 가진 아즈다르키드가 있는가 하면 알랑카 Alanqa나 미스트랄라즈다르코 Mistralazhdarcho처럼 가는 주둥이 가운데가 솟아오른 아즈다르키드, 핫제곱테릭스 Hatzegopteryx나 'Mongol giant'처럼 짧고 두꺼운 목을 가진 아즈다르키드, 몬타나즈다르코 Montanazhdarcho처럼 짧은 팔을 가진 아즈다르키드도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거대익룡 3종의 모식표본. 아람보우르기아니아(왼쪽. 목뼈)/퀫잘코아틀루스(중간, 위팔뼈)/핫제곱테릭스(오른쪽, 위팔뼈)

거기에 더불어 유일하게 보고된 퀫잘코아틀루스 노르트로피의 화석인 위팔뼈는 사실 익룡의 골격 중에서도 종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은 부위입니다. 실제로 핫제곱테릭스의 위팔뼈와 거의 같다고 봐도 될 정도의 높은 유사성 때문에 한때 핫제곱테릭스가 퀫잘코아틀루스의 동물이명이 될 뻔한 사태도 있을 정도인데, 이러한 특징은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바로 퀫잘코아틀루스만의 고유한 특징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죠.

화석을 독자적으로 연구하던 랭스턴은 2013년 사망했고, 그의 사후 퀫잘코아틀루스 노르트로피의 나머지 화석들은 한 국제팀에게 넘어가 연구가 진행되는 중입니다. 가장 최근의 2015년 언급에 따르면 sp.와 노르트로피종의 관계는 여전히 가까운 것으로 드러난다고 하지만, 아직 활발한 연구나 논문 발표가 이루어지지 않은 주제니만큼 상황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최악의 경우, 퀫잘코아틀루스의 모식표본에서 고유한 특징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내려진다면 녀석은 모호명이 되어 트로돈 Troodon의 길을 밟게 될 수도 있죠.

결국 정리하자면, 우리가 현재 퀫잘코아틀루스 노트로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현재로써 볼 수 있는 증거는 한 점의 위팔뼈뿐,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크기가 얼마나 컸는지, 키는 얼마나 되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죠. 대중적으로는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니는 유명인사 익룡이지만, 한 꺼풀 벗긴 본모습은 참으로 초라했습니다.

‘자벨리나 아즈다르키드’의 복원도. KTM17님 그림

1. 퀫잘코아틀루스의 외형에 관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서술하자면, 사실 자벨리나층에서 발견된 아즈다르키드 화석 중에는 TMM 42498-2라는 표본명의 이상한 주둥이 화석이 하나 있습니다. 이 개체의 특이한 점은 다른 아즈다르키드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두꺼운 부리를 가졌다는 사실인데, 물론 위에 언급한 이유로 이것이 어떤 익룡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퀫잘코아틀루스의 것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 사실이라면, 녀석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보는 퀫잘코아틀루스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를 겁니다.

2. <사우리안>에도 나오고 해서 고생물덕들한테 친숙하기 그지없는 '헬크릭 퀫잘코아틀루스'는 목뼈 하나밖에 없는 표본입니다. 물론 퀫잘코아틀루스로 동정된 것도 노르트로피가 아닌 sp.종 목뼈에 근거한 분류로, 아직 논문은 안 나왔지만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개체는 요르단의 아즈다르키드 아람보우르기아니아 Arambourgiania에 더 가까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3. 물론 랭스턴이 악의적으로 표본을 숨긴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특정인이나 단체가 표본을 독점해 정보를 통제하는 것은 고생물학에서는 생각보다 흔한 일이며 연구에 엄연히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이런 경우의 다른 예시는 오르니토미모사우리안 공룡인 펠레카니미무스 Pelecanimimus가 있는데, 25년 전 간략하게 서술된 이후 15년 전에야 논문에 자세히 기술된 것이 끝으로, 이 논문조차도 배포를 거부하기에 녀석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정보 출처:

1)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17076806_Case_3728_-_Quetzalcoatlus_northropi_Reptilia_Pterosauria_proposed_availability_and_attribution_of_authorship_to_lawson_1975 Quetzalcoatlus northropi (Reptilia, Pterosauria): proposed availability and attribution of authorship to Lawson, 1975

2) http://markwitton-com.blogspot.com/2016/05/quetzalcoatlus-media-concept-vs-science.html&prev=search Markwitton.com-Quetzalcoatlus : the media concept vs. the science

3) Lawson, Douglas A. (16 May 1975). "Could Pterosaurs Fly?". Letters. Science. 188 (4189): 676–677. doi:10.1126/science.188.4189.676.

4) Kellner, Alexander W. A.; Langston, Wann Jr. (5 June 1996). "Cranial remains of Quetzalcoatlus (Pterosauria, Azhdarchidae) from Late Cretaceous sediments of Big Bend National Park, Texas".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16 (2): 222–231. doi:10.1080/02724634.1996.10011310.

5) https://www.google.co.kr/search?source=hp&ei=Ko2XXbvhFsLR-QbGoJTIAg&q=cryodrakon&oq=cryodra&gs_l=mobile-gws-wiz-hp.1.0.0l3j0i10i30l2j0i30j0i10i30j0i10.1705.3545..4545...0.0..0.191.830.2j5......0....1.......8..41j41i13j0i131.9803NeSrbnE National Geographic-New 'frozen dragon' pterosaur found hiding in plain 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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