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기갑] 전쟁영화에 고증에 맞는 실물 전차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 2004/08/26 (목) 14:28

GODblessus 2023. 12. 22. 17:31
 전쟁영화등에 실물의 그 전쟁에 사용된 고증에 맞는 전차들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비용문제입니다.


 영화 제작비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 인건비입니다. 이건 헐리웃이건 한국영화건 마찬가지인데 배우들 개런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그다음이 스탭들 인건비 그리고 엑스트라들 인건비이고 흔히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물론 실제로 제작비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특수효과나 컴퓨터 그래픽등의 부분의 비용도 사실은 거의 이러한 특수효과 외주업체들의 인건비로 들어갑니다.(헐리웃쪽이라고 해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스케일이 우리보다 클뿐....사실은 인건비 따먹기죠...헐리웃 영화가 그토록 제작비가 비싼 것은 그쪽애들 인건비가 비싸고 물가가 비싸고 카메라를 동시에 많이 동원하는 등....스케일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동시에 두 대를 쓴 것이 최초로 알고 있음.)


 실제로....1960년대까지는 헐리웃도 무식한 촬영방법을 많이 썼는데....클레오파트라 같은 초대작은 그 엄청난 셋트비와 엑스트라로 인해 제작사가 휘청거릴 지경이였고 수천명의 엑스트라 동원과 세트를 직접 짓는 무식한 방법을 썼기 때문이죠 결국 그런 대작 영화 한편에 제작사가 휘청거릴 정도였고....영화가 실패하는 바람에 수많은 제작사가 부도가 났죠. 그 이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미니어처나 CG기술이 발전했지만.....제아무리 돈이 많은 헐리웃이라도...전쟁영화에서 옷이나 총기류 등은 어떻게 조달을 해도 이러한 실물을 전차를 아예 직접 제작할 정도까지 돈이 많지는 않죠.


 헐리우드 영화같은 경우는 영화의 사전 제작단계에서 철저히 사전 계획을 하고 들어가는데 조금이라도 비현실적인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죠. 특수효과 제작부서에서 티이거-1실물을 제작하는데 시간을 조금이라도 낭비하면 전체 프로젝트가 다 꼬이게 되고 비용이 눈덩이처럼 증가하게 될 겁니다.


 결국 간단한 해결책은 실물 전차에 철판을 덧데거나 군의 지원을 받아서 대충 찍는 것입니다. 사실 대충 비슷하게 찍으나 완벽하게 해서 찍으나 대개의 무지몽매한 대중들(?)이 그 차이를 알리가 없으니 촬영기간과 비용에 민감한 프로듀서로서는 대충 찍을수밖에 없고 감독을 압박(?)할수밖에 없습니다.


 설사 그런 전차를 전문으로 제공해주는 업체를 누가 만든다고 해도(^^ 한번 만들어 볼까요?)....업체라는 것은 수주가 지속적으로 들어와야 유지가 되는데...몇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전쟁영화를 위해(더욱이 세계각국에서 찍는 전쟁영화를 위해 티이거-1을 배로 실어나른다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게 될 겁니다....)기다리기 위해 그런 업체를 만들었다간 부도나기 딱 좋죠 전차가 퍼먹는 연료에다.....생산되지도 않는 소모품(엔진...트랙...프롭의 포탄에...전차병 복장고증일색)에다가....문제는 수많은 전쟁영화 로케이션 장소에다 수백종의 전차를 실어 나르는게 문제입니다. 전용의 초대형 수송기라도 있지 않는다면 전차를 가짜 더미로 가볍게 만들어야 하는데....실제로 더미전차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너무 가벼워서 덜그럭 거리는 티가 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것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죠. 총체적으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고 경제성 문제 때문입니다.
 
둘째 실물 전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비교적 부피가 적게 나가고 무게가 적은 차량의 경우에는 한국만 해도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업체가 있습니다. 야인시대 같은 곳에 맨날 같은 차량이 나오고 설정상 다른 사람이 타고 나오는 차인데도 번호판을 유심히 보면 같은 차량이 나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나치 독일같은 경우는 패망을 한데다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아직까지도 나치의 하켄 크로이츠 문양의 사용이 금지될 정도로 나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실물 나치 전차가 가동 가능하게 유지되기가 힘들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고철로 처분되거나 해체되었거나 박물관행이 되었죠.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프랑스 소뮤르 전차 박물관에는 완벽하게 가동이 가능한 판터A형과 킹 타이거전차가 있습니다. 이것은 프랑스 패망후 일정기간 프랑스군이 판터 전차를 주력전차로 이용했기 때문인 이유도 있습니다. AMX-13전차의 주포가 판터의 것을 개량한 것또한 유명한 이야기죠. 이 가동가능한 킹 타이거와 판터A형은 프랑스 전쟁영화 '눈과 불'에 등장했었습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고증면에서는 가장 정확한 영화가 되어 버렸죠.


 하지만 대개의 전쟁 영화는 헐리웃에서 찍게 되고 로케이션을 하는 비용이 매우 비싸게 되기 때문에 이 전차 두대 때문에 프랑스 가서 찍는 것보다는 그냥 대충 모조 전차를 만들어서 찍는 것이 나을수밖에 없죠. 70톤가까이 나가는 킹 타이거 전차를 실어 나르려면 대개의 교량통과 제한 중량에 걸릴 것이고 수송에 엄청난 애를 먹게 될 겁니다. 역시 비용문제와 연관이 되는군요.


셋째는 진품 소장자들이 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동가능한 킹 타이거와 판터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프랑스에만 존재합니다만(소뮤르 박물관에 있고 몇년 단위로 일반에 기동모습을 공개하기도 합니다.) 개인 소장자...특히 미국은 무기류의 소유와 매매가 자유롭기 때문에 개인 매니아들이 전차를 수십대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영국쪽의 벼룩시장에서는 아직도 기름칠이 된 독일군 전차 부품들이 거래가 되고 있기 때문에....개인 소장자들이 가진 장갑차량 전차 탱크등이 분명 존재합니다.


 독일 전차 중에서도 굴러가는 녀석을 가진 개인 소장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투기등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행가능한 상태도 보유한 수집가들이 있습니다. 하지만....문제는 이러한 수집가들은 진정한 매니아들입니다. 영화 촬영은 위험한 일이 많고 특성상 전차가 불타거나 폭발하는 씬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처럼 자신의 애장품이 파손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쉽게 빌려주지를 않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지 않고서는 이러한 실물 전차를 빌려 찍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대안은 역시 모조전차밖에는 없습니다. 실제로 많은 전쟁영화에 깜짝 등장하는 실물의 차량이나 무기들이 이런 제작진의 삼고초려(?)로 겨우 영화상에 등장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서비스로 전차가 주연으로 등장했던 전쟁 영화들과 그 고증에 대해 살펴보면(아래 사진들은 구글 검색으로 건진 것들로 저작권 침해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1.발지전투 : 미군의 셔먼전차 대역으로 M24채피 전차가 등장하고(실제로 발지전투무렵 실전투입된 전차라 고증에 위반된다고 보긴 어려워도...아무래도 미군의 주력은 셔먼이였으니) 독일군의 킹 타이거 전차로 M47전차가 등장합니다. M47의 경우는 당시 스페인 로케 촬영으로 스페인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채피의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M47이 킹 타이거로 등장해서 김이 많이 빠진 영화. 그래도 길쭉한 포탑은 언뜻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2.패튼 대전차 군단 : 미군이나 독일군 전차로 모두 M47전차가 등장함으로서 완전히 맥이 빠지는 경우...그나마도 독일군형 M47에는 사막위장에 철십자까지 그려넣는 성의를 보이긴 했습니다. 간혹 M41워커불독 전차도 보이는 듯


3.머나먼 다리 : 미군의 셔먼전차가 때거지로 등장한 케이스....개조품으로 보이는 파이어 플라이와 실물로 보이는 M10자주포까지 등장했으나...독일군 전차를 구할 수 없던 관계로 괴상하게 개조된 레오파드-1전차가 등장함으로서 역시 김이 새 버린 영화....셔먼전차의 대량등장이 그나마 위안거리....유니버설 캐리어나 다이물러 실물도 등장했던 것으로...독일쪽 소프트 스킨도 실물과 자작품이 뒤섞여 등장


4.철십자 훈장 : 실물의 T-34/85가 등장했습니다만. 유고슬라비아군의 지원을 받아 찍어서 차체 전면 휀더의 형상이 오리지날의 소련제와 비교해서 영 이상합니다. 고증면에서는 그럭저럭인 편이 되어 버린 편...


5.사하라 : 독일군의 전차는 등장하지 않지만 주인공인 M3 LEE전차는 실물이 등장....2차 대전중의 원판과 최근작인 리메이크판 모두 고증면에선 큰 무리는 없는 편...어디서 구했는지 영화 처음에 마틸다 보병전차와 M3스튜어트 경전차가 잠깐 등장함.


6.스탈린그라드 : 독일영화인 이 영화에도 실물의 T-34/85가 등장하지만 문제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는 T-34/85형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틀렸음.고로 고증면에서 엉터리 아닌 엉터리가 되었음...약간 아쉬운 케이스


7.겨울전쟁 : 핀란드와 소련의 겨울전쟁을 소재로 한 핀란드 영화로 어디서 구했는지 실물 T-26이 등장....전쟁영화의 걸작...고증면에서 매우 우수한 편. 칸느 황금종려상을 받았던가 했던 작품이나...극 전재가 다소 지루함. 영화적 재미는 그다지 없다고 생각됨


8.눈과 불(Neige et le feu, la) : 프랑스 영화로 91년작 '라붐'감독의 작품....청소년 전쟁물?로 실물의 킹 타이거와 판터가 등장...킹 타이거에 대한 공포가 잘 드러난 영화.....그러나 본격 전쟁영화로 보기엔 다소 맥이 빠지는 구성 등....재미적으로 무리가 있음.


9.라이언 일병 구하기 : 셔먼 전차는 캐나다제로 개인소장품(스프로켓휠과 캐터필러가 캐나다제 램 전차의 것으로 개조된 형의 셔먼)이 등장하나 그럭저럭 봐줄 만하고....T34/85개조한 티이거-1이 등장. 그외에도 마더 자주포 게텐 그라프트 등이 등장....일부는 실차였으나 강렬한 이미지의 후반 주인공(?) 티이거-1이 너무 가짜티가 나서....아쉬운 케이스.


10.The beast of war(국내 출시명 불타는 아프가니스탄) : 아프간 전쟁을 소재로 한 소련군이 주인공인 전쟁물(미국영화임).....전차가 주인공인 전차영화의 최고봉.....하지만 실물의 T-55가 등장하기는 했으나...오리지날 소련제가 아닌 이스라엘 노획형...영화 촬영까지 이스라엘에서 했음......이 가짜아닌 가짜 T-55(Ti-67)의 등장으로 인한 매우 아쉬운 케이스....그래도 T-55A의 오리지날 대공기관총인 Dshk를 비슷하게 개조한 M2중기관총이나 러시아 힙 헬기 분위기를 내는 프랑스제 슈펠롱 헬기등 비슷~하게 신경을 참 많이 쓴 영화


11.커리지 언더 파이어 : 초반 장면인 걸프전 기갑전 장면에서 미군의 M1전차와 이라크군의 T-55가 등장하나...모두 실물이 아닌...나무 합판으로 만든 더미전차...영화상에서 언뜻 보면 잘 만든 것 같으나...특히 T55는 메이킹 필름을 보면 전혀 무게감이 없이 덜그럭거리면서 이동.....-_- 할말없음 위 사진이 M1A1전차라는데 자세히 보면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음 -_-;;;포신은 거의 50mm포신쯤 되어 보임


12.밴드오브 브라더스 : 이것은 영화가 아니라 미국드라마.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인해 탄생한 전쟁 드라마로 T34를 개조한 티이거-1....야크트 판터....그외에 역시 개조품 및 자작품인 3호 돌격포...마더 자주포등의 차량이 등장하지만 개조한 티가 너무 나거나....3호 돌격포는 차폭이 너무 좁고 뚱뚱한 문제가 있음....원본이 된 차량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신경을 많이 썼지만....가짜 독일전차로 인해 실감 감소....하지만 미군의 M4A1셔먼은 그럭저럭 봐줄만 하고....어디서 구했는지 실물의 크롬웰 등장...


13. 기타 각종 한국영화들 : 한국의 전쟁영화는 헐리웃보다 더함....1950~1990년대까지의 모든 전쟁영화....대하 드라마에서....국군과 북한군의 전차의 구분이 전혀 없음....M47이나 M48계열이 내키는데로 역할을 함.....천둥불이라는 전쟁영화에는 M48이 북한군 T34/85역할을 하고....돌아오지 않는~~ 시리즈에서도...역시 M48계열이 북한군 전차 역할을...차라리 M47이 나았을 텐데......대하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는 영국군 전차로 M48이 나왔는데...영국군 고증은 비슷하게 꾸몄는데....전차등장씬에서는 아예 국군 홍보필름을 짜깁기해서 영판 쓰레기가 되어버림......비교적 최근작인 꽃잎...인가에서는 한국영화 최초로? M113장갑차의 더미가 등장하기도 함...


14.태극기 휘날리며 : 100억이 훨씬넘게 투입된 대작인 만큼....네오의 편집장이 아예 고증담당으로 참여....M4A3E8전차의 더미가 등장...M35A2를 개조한 GMC트럭등....매우 신경을 썼지만 역시 한계가 많음.....셔먼은 개조를 참 잘한 듯. 결국 이 셔먼은 '효자동 이발사'에 거액(?)을 받고 재사용되었으나 콘티가 엉성한건지 너무 근접촬영을 한건지...태극기 휘날리며의 리얼함은 사라지고 영화 전체의 리얼리티를 확 낮추는 마이너스적 요소가 되었음.


 결론적으로 과거의 황당한 전쟁영화들에 비해서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옥에 티를 지적하는 관객들이 많아지고(그만큼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졌고 리얼리티를 요구한다는 뜻이겠죠)....숨겨진 실물차량의 소유자들이 많이 드러나는 상황이고 또한 더미의 제작기술이 매우 뛰어나지고 있어서....앞으로 나올 대작 전쟁영화에서는 고증이 완벽한 전차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작인 B급 무비인 '코로나도'라는 영화를 보면 T-72를 묘사하려고 한 듯 완전히 그래픽만으로 전차를 만들어 내었는데(실물전차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B급영화인지라 완전 쓰레기같은 CG가 되어 버렸지만 A급 영화에 A급 특수효과팀이 달라붙었다면 실물같은 CG가 가능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또한 반지의 제왕에 쓰였던 메시브급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이러한 CG를 이용한 전차가 집단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더욱이 스타쉽 트루퍼스같은 영화 촬영한 당시에...당시의 CG기술의 한계로 인해....파워드 슈트를 구현하지 못했지만 최근작 매트릭스3를 보면 알 수 있듯이 CG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아예 더미 전차가 없이 CG만으로 전차를 만들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p.s....헐리웃에서 몇 년전부터 독일의 전차 에이스인 '미하일 비트만'의 일대기를 영화로 촬영하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는데....이소룡도 살려낸다는 현재의 CG기술이라면....티이거-1이 진짜 주인공인 영화가 개봉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아쉽게도 계속 프리 프러덕션단계에만 머물고 있어 실제로 만들어 질지 어떨지는 알수 없지만 말이죠. 한번 기대를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