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고 또 볼수록 재미난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발견하면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도 매일 그 영화를 틀어놓고 들으면서 대사도 따라하고 사운드트랙도 흥얼거리고 하지요. “블레이드러너”를 넘 좋아해서 하루에 한번씩은 꼭 보는 호주친구를 보면서 참 희안하게 산다 했었는데 제가 그렇게 될 줄이야.. ^^;;
그렇다고 매번 앉아서 영화만 보는게 아니라 할 일 하면서 배경으로 틀어놓고,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면 몇분 집중해서 보다가 또 일하고 그러는데, 처음 이렇게 꽂힌 영화가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 이후로 로브 라이너 감독님 영화들을 수십번씩 봤더랬죠. 지금도 스탠 바이 미, 어 퓨 굿맨,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은 대사를 거의 다 외운다는 ㅋㅋ
이런 영화들은 젤 먼저 꽉 짜여진 스토리, 톡톡 튀는 재치 넘치는 대사, 볼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하게 하는 세심한 디테일, 외모보다 더 중요한 탁월한 연기력(재밌는거 같은데 보기가 싫어지는 이유가 바로 연기력이거든요), 하루종일 듣고싶은 사운드트랙,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결말, 그리고 머리 속에 영화를 꼬옥~ 박아주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땜에 제가 웨스 앤더슨 영화들을 좋아한다는 ㅎㅎ
하지만 이런 영화는 매우 드물어서 제가 본 수도없이 많은 영화들 중에 20편도 안되지 싶네요. 테넷이 그런 영화가 될런지는 아직 모르지만 벌써 세번째 보는 중 ^^ 테넷은 스토리는 좋은데 나머지가 쵸큼... 대사는 그렇다치고 너무 수준 떨어지는 주인공의 연기력이랑 밍밍한 마지막 장면. 차라리 닐이랑 헤어지는데서 끝냈으면 좋았을 듯 싶은데 말입니다. 이제 고작 세번밖에 안봐서 바뀔 수도 있긴 하지만요.
이 영화의 핵심인 시간여행을 보면 주인공, 닐, 캣, 세이토와 아이브스까지 다섯명이 시간을 왔다갔다 하면서 머리에 쥐나게 하는데요. 이 들 중 아이브스의 시간여행은 무척 간단하고, 캣과 세이토 역시 대부분 같이 왔다갔다 하기땜에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유독 닐의 시간 역행은 엄청나게 복잡하지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이 영화의 악당인 세이토는 불치의 병을 갖고 자신이 죽으면 세상도 멸망해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힙니다. 영어로는 deadman’s switch라고 하는데요, 남이야 어찌됬든 내 일 아니니까 상관없다는 이기심의 극인 셈이죠. 부인이야 등돌리면 남이라고 해도 자신의 피가
흐르는 아들이 있는데 어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지.. 내 강아지만 놓고 죽어도 맴이 아플꺼 같은데...
세이토는 가난했던 과거가 사무쳤는지 부유하게 자란 귀족출신의 캣과 결혼해 신분상승을 꽤합니다. 그리하여 둘 사이에 낳은 아들이 맥시밀리언 세이토. 사실 몇 장면 나오지도 않고(다 합쳐야 1분이나 될까요?), 나와도 거의 뒷모습만 보여주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답니다. 왜냐하면 이 꼬마가 바로 닐이라는 거!(꽈광~~~ 배경음악 ㅋㅋ)
맥스는 어린시절 엄마인 캣에게서 영어를, 아빠인 세이토에게서는 에스토니아어를 배우면서 자라게 됩니다. 에스토니아어는 우랄계 언어로 동유럽에서 널리 쓰이는 시릴문자 대신 움라우트(점 두개)와 카론(눈썹) 등을 사용하고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알려져 있거든요. 에스토니아에서 추격도중 무전기에서 들리는 말이 에스토니아어를 거꾸로 돌린 것임을 단번에 알아채는 것은 닐이 에스토니아어를 쓰면서 자랐다는 증거입니다.(증거 1)
또한 닐의 영국 발음이 캣의 영국 발음과 같다는 것(증거 2), 닐의 머리색과 스타일이나 고급스런 패션 센스를 보더라도 닐이 캣(옷으로 사람의 계급을 평가하는 까다로운 타잎)의 손에 자랐다는 것을 알 수있지요(증거 3,4,5).
결정적인 증거는 그의 이름입니다. 닐(Neil)은 맥스(MaximilLIEN)의 마지막 네글자를 거꾸로 한 것으로 이는 맥스와 닐이 동일인물이라는 힌트지요(증거 6) 게다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께서 인터뷰에 “닐은 사실은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닐이 진짜이름도 아니다”라고 하셨답니다.(증거 7)
여기서 한가지!!!! 놀란 감독님이 사토마방진에 꽂히셨는지 다섯개의 단어를 영화에 모두 사용하신답니다. 세이토는 케네스 브라나의 이름에, 아레포는 주인공이 고야를 산 미술중계상의 이름(토마스 아레포)이고, 테넷은 영화제목, 오페라는 젤 처음장면의 배경이구요, 마지막 로타스는 세이토가 지은 건축회사 이름으로 나오지요.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맥스를 키우다시피한 주인공인데 고작 이름을 바꿖다고 모르겠냐는 의문이 생기는데요, 이는 과거로 역행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닐의 정체를 너무 일찍 알아버리면 일이 훨씬 더 복잡해지고 임무수행에 지장이 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한번쯤은 일찍 발견해서 실수를 가져온 경험이 있었을 수도 있구요.
그렇다면 영화의 뒤죽박죽인 시간들을 맥스/닐의 관점에서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슴다.
1. 맥스군이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은 베트남 보트여행에서 엄마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면입니다. 결국 이 시각에 세이토와 켓이 두명이었던 것이고, 과거의 캣과 맥스는 미래에서 온 캣이 미래에서 온 세이토를 죽인 뒤(이건 목격 안함) 바다로 다이빙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지요.
2. 두번째는 캣이 세이토의 부하들의 감시를 받으면서 맥스의 하교길에 잠깐 얼굴을 보는 장면입니다. 위조작품 하나 잘못 파는 바람에 인생 고달퍼졌네요.
3. 세번째는 켓이 세이토를 죽인 뒤 자유의 몸이 되서 하교길의 맥스와 손을잡고 함께 집으로 가는 것이지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지만 이 시점의 맥스는 아직 꼬마랍니다.
4. 성인이 된 맥스가 테넷에 입사하고 자신의 임무를 배우면서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것이 바로 자기 아버지란 것을 알게되지요.
5. 영화에 보면 테넷의 요원들은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없습니다. 빅터국장도, 연구원 로라도 테넷요원 아이브스도 임무상으로만 소통하는게 전부거든요. 하지만 닐이 주인공의 좋아하는 음료를 아는 것과, 헤어지기 전에 “우리는 오랜 친구였다”고 하는 것은 닐이 주인공과 아주 오랜시간을 함께지냈다는 뜻이지요.
6. 닐은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는 과정에 죽었가는 자신의 엄마를 살려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은혜를 갚기위해 주인공이 위험에 처하는 오페라 극장으로 가서 주인공을 구해줍니다(빨간 끈이 달린 배낭) – 이 시점에는 무려 5개의 닐이 공존합니다(오페라 극장, 마지막 임무완수, 터널입구 폭발시 구조, 철장앞에 막힌 주인공 구하러 다시 돌아감, 꼬마 맥스)
7. 영화 앞부분에 주인공과 닐이 처음만나 뭄바이의 프리야네 집으로 잠입하고, 공항창고를 부수고, 에스토니아에서 세이토의 차를 쫓아가는 것까지는 시간이 정상대로 순행하지요. 그래서 여기까지는 복잡할 게 없는 부분임니다.
8. 세이토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캣을 살려내기 위해 공항창고에 있는 시간역행의 방으로 되돌아가는 바람에 공항창고에 주인공과 닐이 두명씩 있게되고, 미래의 주인공이 과거의 주인공을 공격하지만 이기지 못해 도망가다가 미래의 주인공이 과거의 닐에게 들켜버립니다. 다행히도 캣의 부상을 치유하는데는 성공하지요.
9. 주인공과 캣과 함께 전략을 짜기위해 노란 배를 타고 과거 시점에서 정상순행 하면서 죽어가는 세이토가 베트남 요트여행으로 돌아가 알고리듬을 시행해 세계를 멸망시킬 계획임을 알게됩니다.
10. 미래의 캣이 베트남 요트여행 시점으로 역행한 동안 닐은 주인공과 함께 세이토가 고향인 스탈스크12에 알고리듬을 숨겨둔 시점으로 역행합니다.
11. 요기서 잼난 거 하나! 아이브스의 “시간 쌍방공격원리(Temporal Pincer Movement)” 작전을 보면 폭파 10분전으로 돌아가 붉은팀은 10분동안 시간순행, 파란팀은 10분돋안 시간역행으로 공격을 하지요. 제목인 TENET의 첫 세글자를 떼면 TEN(10), 그래서 앞으로 읽어도 10분, 거꾸로 읽어도 10분인거죠. 결국 영화의 결말이 제목에 이미 담겨있던겁니다. ㅎㅎ 사토마방진의 다섯단어를 영화에 다 집어넣은 것도 그렇고, 놀란 감독님의 기발한 아이디어들 넘 귀엽지 않아요?
12. 터널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닐은 세이토의 부하인 대머리 볼코프가 헬립콥터를 타고와 입구에 폭탄이 설치하는 것을 목격하지요. 닐은 자신을 부르는 동료를 뒤로하고(04:08분) 터널로 달려가나 이미 폭파해 터널 입구가 무너집니다. 이를 본 닐은 트럭을 몰고 다시 시간을 역행해 주인공의 몸을 묶어 폭발에서 구해내는데 성공하지요.
13. 터널안에서 철창에 막힌 주인공은 철장 안 바닥에 빨간 끈이 달린 배낭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고(04:04분) 이 배낭의 주인이 여기서 죽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하지만 이 시점까지 주인공은 이 배낭이 누구 것인지 모른다는...
14. 임무를 마치고 알고리듬을 찾은 뒤 아이브스가 나눠준 것을 주인공에서 주고 마지막 작별을 고합니다. 그리고는 과거에 총맞아 죽게 된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다시 역행으로 떠나지요. 주인공은 배낭에 달린 빨간 끈을보고 드디어 지금까지 몇번이나 자신을 구해준게 닐임을 알고는 가지 말라고 하지만 닐은 이게 내 팔자라며 “임무 시작때 다시 만나자”는 테넷스런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엉 엉 ㅠ ㅠ)
15. 닐은 다시 시간을 역행해 알고리듬을 준비하던 볼코프가 철창넘어 주인공에게 총을 겨누는 순간 일어나 대신 총을 맞고 죽게됩니다.
16. 닐이 죽은 뒤, 주인공은 과거로 역행해 캣을 죽이려고 기다리는 프리야 할머니를 먼저 죽이면서 맥스가 보다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차 안에서 맥스를 찾으러 온 캣을 지켜보는 것은 주인공이 앞으로 맥스의 아버지의 역할을 했을꺼라는 암시이며, 맥스가 훗날 시간역행을 이해하도록 물리학을 전공하도록 권유한 것도 바로 주인공이란 얘기지요.
헷갈리시나요? 한 두번 봐서는 절대 100% 이해할 수 없는 테넷. 오늘도 다시 봐야겠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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