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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미국의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GODblessus 2023. 12. 28. 20:39

[이진우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미국의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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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08 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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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하우스푸어’(House poor), ‘렌트푸어’(Rent poor)라는 말이 어느새 일상용어가 됐다. ‘하우스푸어’란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주택을 구입한 뒤 어렵게 원리금을 갚아 나가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또 ‘렌트푸어’란 월세나 집세를 내기 위해 가난하게 사는 사람을 뜻한다. 주택(House)과 집세(Rent)를 뜻하는 영어에 빈곤을 뜻하는 푸어(Poor)를 붙여 만들어진 신조어들이다. 언제부턴가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한국에만 ‘하우스푸어’, ‘렌트푸어’가 있는 게 아니다. 사정을 들여다보면 미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에는 총 1억2295만 가구(총 3억1322만명)가 있는데 이 중 35%인 4343만 가구(1억456만명)가 월세 등 임대로 살아가고 있다. 이에 비해 자기 집을 보유한 가구수는 전체의 65%인 7952만 가구(2억866만명)다.

문제는 주택 보급률이 110%를 넘어서고, 대도시 주변에 빈 땅투성이인 미국이지만 국민들의 상당수는 집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비영리 싱크탱크인 디맨드 인스티튜트(Demand Institute)가 미국 내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세 세입자의 49%가 주거 관련 비용이 생활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미국판 ‘렌트푸어’들이다.

 


이들의 비율은 지난 2000년 40%, 2006년 47% 등으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3~4년 동안 가파르게 치솟은 월세를 반영하는 설문 결과다.

대출을 일으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사람들에게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난 수년간 많이 회복됐다지만 현재 미국 집값은 정점을 찍은 지난 2006년 평균값에 비해 18%가량 낮다.

실제로 디맨드 인스티튜트의 설문조사에 응한 자가(自家) 소유자 가운데 ‘주거 관련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응답한 비율은 올해 26%를 기록했다. 여기서 말하는 주거 관련 비용이란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와 세금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이 같은 비율은 지난 2000년 21%보다는 높지만 2006년 30%보다는 약간 낮아진 것이다. 미국 집값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미국판 ‘하우스푸어’인 이들의 사정이 조금이나마 개선된 셈이다.

 




미국 서민들 주거비로 소득 30% 지출 디맨드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에선 4000만 가구 이상이 자기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 관련 비용 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의 소득수준이 아무리 높다지만 수입의 30% 이상을 주거 해결에 쓰다보면 생활 전반에 상당한 압박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매달 꼬박꼬박 월세를 내야 하는 렌트푸어가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크다.

2008년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미국 가정이 자기 집을 포기하고 월세로 돌아섰다. 그런데 미국 인구센서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임대료는 25% 이상 급등한 상태다. 당연히 월급에서 떼어 나가는 주거비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이 집값 상승세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미국판 ‘렌트푸어’들은 미국의 기록적인 초저금리의 혜택도 온전히 기대할 수가 없다. 초저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주택 구입자와 달리, 이들은 집값 상승에 따른 임대료 인상분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대별로는 미국에서 1982∼2000년 사이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들의 사정이 특히 어렵다. 봉급이 많은 근사한 직장을 잡기가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학자금 융자를 떠안고 있는 탓이다. ‘렌트푸어’, ‘하우스푸어’를 피해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집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고생을 한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디맨드 인스티튜트의 조사에 답한 응답자의 77%는 주택 구입이 훌륭한 장기투자 대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동의하지 않는다’, ‘의견이 없다’고 밝힌 비율은 6%와 17%에 불과했다. 또 월세입자의 53%가 내 집 마련을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향후 주택시장 전망을 ‘장밋빛’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주택경기가 푹 가라앉은 한국과 달리 미국의 하우스푸어, 렌트푸어에게는 희망이 있는 셈이다. ‘앞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은 당장 눈앞의 역경을 이겨내는 데 큰 위안이 되는 법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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